어제 응답하라 1988 5화에서는 세 명의 엄마가 주인공이었다. 엄마란 같은 이름을 가진 세 명의 엄마들, 언제나 골목 평상에 앉아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공유하며 끈끈한 전우애로 뭉친 함께하는 이웃을 넘어 가족같은 세 엄마의 모습을 다룬 응팔이었다. 


성동일과 이일화에겐 자랑스런 딸이 있다. 큰 딸 서울대생 보라, 시청자 입장에선 그리 살갑지 않은 인물인 보라다. 앞서 보여준 이야기들 속에서 보라는 덕선이에게 단 하나도 양보하지 않는 지랄맞은 큰언니라고 보일 뿐이었다. 그 단점이 장점으로 이어진 건지 불의에 맞서 목소리를 내는 운동권 학생 보라다. 티비 뉴스 속 보라의 모습을 보고 엄마(이일화)는 밥 숟가락을 놓친다. 내 딸이 운동권 학생이라는 충격이 아니라 내 새끼 다치면 어떡하나? 무슨 큰 일 당한건 아닌가 하는 걱정에 휩싸인 모습이었다. 다행히도 얼굴에 상처를 입은 채 집으로 돌아온 딸을 보고 안도하는 엄마와, 모든 희생을 감수하고 키운 딸이 공부가 아닌 운동권 학생이라는 게 못마땅한 아빠의 모습이 그려졌다. 성동일은 단호하게 물도 주지 말라고 머리를 밀어버린다고 겁을 주지만 보라는 꿈쩍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보여준 아빠의 모습은 두려움이었을거다 내가 이렇게 하면 물러서겠지 내 딸을 어떻게든 보호하고 싶은 그래서 아빠를 나쁘게 생각해도 좋으니 제발 말 좀 들으라는 마음 속 절규가 겉으론 딸을 이해 못하는 꽉 막힌 아빠처럼 보였을 것이다. 후반부에도 나오지만 성동일은 딸이 잘못했다고 생각 안했다. 그저 안쓰러웠을 뿐이었다. 그 부분은 극 초반에 시위를 벌이던 학생이 꼼짝없이 잡힐뻔한 상황에서 성동일은 5천원을 쥐어주며 격려한 걸 보면 알 수 있다.


다시 엄마에게 초점을 맞추고 이야기 하자면 바로 아래 사진이 보라엄마(이일화)가 보라를 생각하는 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나가지 말라고 꼭꼭 가둬 둔 보라가 집밖으로 나가 경찰에게 쫓기다가 결국 경찰서로 끌려갈 상황에서 엄마는 신발도 신지 않은 채 자신의 발에서 피가 나는지도 모를만큼 오직 내 새끼를 향한 걱정 하나로 달려와 본인의 등뒤로 딸을 숨긴다. 엄마다 내가 엄마다 내 새끼 내 자식 내 딸을 지키는 내가 엄마다. 짠하다 눈이 촉촉히 젖어오는 대목이었다.


여기서 보라엄마는 보라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음을 이야기한다. 서울대 법대 갈 실력이 되는 아이가 장학금 받으려고 사범대를 갔고 무엇 하나 제대로 뒷바라지 해 주지 못했는데도 누구보다 공부 잘 하는 자랑스런 딸로 커온 아이라고 부모는 안다 자식의 마음을, 누구보다 멀리 널리 이해하고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에 보라는 대답했다.


"잘못했어요, 제가 잘못했어요"라고 엄마는 잘못했다 대답하지만 그게 아니다. 경찰에게 잘못 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 마음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고 엄마에게 하는 말이다. 옳은 일이 잘못된 일이 된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든 그냥 엄마 마음 아프게 했단 걸 엄마의 발을 엄마의 말을 엄마의 등을 바라보니 엄마 마음 몰라 준 바보같은 딸임을 보라가 깨달은 것이다.


엄마는 언제나 내 편이었고 앞으로도 우리들의 편일 것이다. 분명 내가 잘못한 거 같은데 날 위해 준다. 내 잘못이 아니라며 어쩌면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하면서도 그렇게 나를 응원해줬다. 사랑은 논리적인 것이 아니다. 자기 자존심 다 꺾어가며 날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게 엄마다. 자랑스런 사랑스런 나의 엄마다. 


우리가 알고 있었고 앞으로 알아갈 엄마의 모습을 가슴 깊이 남게 한 장면이었다. 그렇게 빗속을 아무렇지 않게 뛰어들며 살아온 엄마의 삶, 그 빗속에서 남몰래 뜨거운 눈물을 흘렸을 엄마가 그려진다. 엄마의 마음을 안다면 알았다면 그 빗속에 든든한 우산이 되어 기댈만한 사람이 되길 모든 아드님, 따님들이 되어주세요^^.


오늘은 엄마 한 번 꽈악 안아드리시면 좋겠습니다. 엄마 사랑합니다



블로그 이미지

푸르른 등대

스포츠, tv드라마 영화 예능 스타 뮤직비디오 케이팝 팝 힙합 사용후기 생활정보 신발리뷰

,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엄마는 참 대단하다. 엄마도 세상에 태어나 처음 엄마의 삶을 살아갈텐데 어떻게 뭐든 잘 하는 만랩의 소유자가 되었는지 자식으로선 그 미지의 영역을 밟게 되는 날이 오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다. 나는 남자기에 엄마는 될 수 없지만 적어도 엄마의 마음에 대해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것은 공감일 것이다. 그래 난 엄마의 모습이 정말 커다랗게 와 닿았다.


오늘 보여준 응답하라 1988의 엄마는 참 다양했다. 시어머니, 친정어머니, 우리 엄마, 나이 든 엄마를 둔 딸인 엄마... 그 속에서 엄마가 안고 있는 상처와 책임감, 희생, 남몰래 울고 있던 엄마의 모습을 선명하게 마주한 하루였다. 


선우(고경표)의 엄마는 아들 하나, 막둥이 딸 하나를 둔 남편을 여읜 홀로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다. 그런 엄마에게 시어머니의 존재는 한국사회가 알려주는 환영받지 못하는 시어머니, 그 중에서도 최악의 조건을 갖춘 모습으로 드라마에 등장했다. 아들이 일찍 죽은 것이 선우엄마(김선영) 탓이라는 듯 나무라며 사사건건 트집이였다. 그 설움을 이기지 못하고 선우엄마는 다시 오시지 말란 말까지 했다. 얼마나 가슴 시린 말들을 하는지 보는 내가 화가 날 정도였다. 갖은 쓴소리를 하며 쥐어준 돈봉투도 다시 돌려주는 대목에선 그 돈으로 인해 다시금 돌아올 상처될 말들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 같았다. 진짜 시어머니는 가족이 될 순 없는 건가? 내 새끼들 옷 사 입히라는 시어머니의 말 속에 며느리는 제 3자라 칭하는 거 같아 정말 사람과 사람이 만나 가정을 이루고 모든 가족들 사이에 진정 끈끈한 가족애가 자리잡혀 있는 가정은 얼마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시어머니의 찬바람이 지나가고 친정어머니의 따스한 봄기운이 등장한다. 행여나 자식 부담스러울까 주스 한잔도 허겁지겁, 딸은 이미 알고 있는데 울엄마가 나 잘 사는지 보러 왔구나하는 든든함에 걱정끼쳐드리기 싫어 최고로 좋은 옷을 입고 아이목욕에 정환이네 냉장고도 습격하고 정봉이의 도움으로 연탄창고도 가득 채워넣는 오직 엄마를 안심시키려는 딸의 모습이 그려져 유독 큰 여운이 남았다.





부모는 자식입에 맛있는 거 넣어주는 거, 아프지 않은 거, 잘 살아가는 모습만 보고 싶어하실 거 알기에 그렇게 호들갑을 떨면서까지 친정엄마에겐 최고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게 다녀간 친정엄마의 편지를 뒤늦게 발견한 선우엄마(김선영), 딸을 위로하는 진심이 가득한 편지와 넉넉하진 않지만 엄마의 마음처럼 새까맣게 타들어간 지폐가 엄마의 마음을 대신하며 딸을 위로한다. 그리고 후반부에 엄마에게 전화를 하며 흐느끼는 선우엄마... 엄마에게 안겨 울던 어린아이의 때로 되돌아 간 듯 그렇게 전화기 너머 엄마의 품에 안겨 울며 그간 서러웠던 마음들을 내려 놓는다. 그도 엄마이기전에 딸이다. 엄마지만 자식인 것이다.


우리네 엄마들은 그렇게 마음 속으로 늘 울고 있다. 삶의 고된 무게, 가족이지만 남보다 못한 대우를 받기도 하는 고부간의 갈등속에 엄마는 치열하게 또 자식들을 키우며 돌보며 다 내어주려 안간힘을 쓰며 오늘도 산다. 그리고 그 힘겨움을 위로하는 또 다른 엄마가 있음에 오늘도 내일도 우리들의 엄마는 살아간다.



블로그 이미지

푸르른 등대

스포츠, tv드라마 영화 예능 스타 뮤직비디오 케이팝 팝 힙합 사용후기 생활정보 신발리뷰

,

언젠가 나도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내 드려야 할텐데  태어날 때 이미 친할아버지 친할머니는 내 곁에 계시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내게 할머니, 할아버지는 외가에만 존재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늘 말하는 친가, 외가의 기준이 내겐 별 의미가 없다. 내게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 분들 밖에 없으니까 나는 그저 그분들이 내게 유일한 할머니, 할아버지였다.


응답하라 1988... 할머니의 살냄새를 좋아하는 덕선이, 아빠의 엄마를 좋아하는 덕선이 학교에서 들려온 할머니의 부고소식에 눈물 콧물 다 쏟아가며 집으로 돌아가고 버스에 올라타 초상집에 내려왔으나 이게 당최 잔칫집인지? 초상집인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의 모습에 어리둥절하다. 내 어린시절 초상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화투판이 벌어지고 담배연기 자욱하고 시끌벅적한 잔칫집같은 초상집의 분위기 드라마와 같은 모습이 내 눈 앞에도 벌어지곤 했다.



덕선이는 아버지 그리고 고모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의 엄마인데 사랑했던 사람이 떠난 빈자리를 보고서도 어떻게 저렇게 아무 일 없는 듯 눈물 한방울 쏟지 않는 모습에 배신감 느꼈을 덕선이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모습이다.




성동일은 울지 않았다. 조문 온 모든 사람들을 살갑게 대하고 인사하고 안부 묻고 말그대로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덕선이의 눈엔 말이다. 그런데 미국으로 이민 간 형이 도착하지 않았고 아마도 마지막 날이었던 거 같다. 발인하는 날 아침 큰형이 도착해 동생의 이름을 부른다. 그제서야 성동일과 여자형제들은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 어른으로서 참았던 눈물, 엄마를 보내고 어느 누구에게도 눈물 보이지 않고 고이고이 마음 속에 접어놓은 슬픔이 터져나온 것이다. 진짜로 엄마의 손길을 느끼며 자란 형제들이 다 모이고 나서야 눈물샘이 터졌다. 엄마의 잔소리도 잘되라고 했던 사랑의 매도 엄마의 집밥도 모든 것을 보고 듣고 느끼며 살아온 형제들의 눈물인 것이다. 그들만 알 수 있고 흘릴 수 있는 엄마를 잃은 슬픔일 것이다.


나도 모르게 이 장면에서 울었다. 눈물이 나더라 아 부끄럽게 왜 우는거냐?하고 속으로 생각하지만 공감가는 대목이었던 거 같다. 그래 공감됐다

이미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낸 기억이 있기에 그 경험을 해 본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났을 거 같다. 


이 대목에서 덕선이는 이야기 한다. 어른들도 아프다고 세월의 무게 속에 다만 견디고 있을 뿐이라고, 그래 맞다. 어른이 된다는 건 견뎌내지 못할 일들을 견뎌내고 버텨내는 것이다.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는 슬픔 속에서도 속으로 울고 그 슬픔 중심에 마주한 사람들과 부둥켜 눈물 흘리며 또 견뎌낸다. 그리고 다시 살아간다.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 겉으로 웃고 있지만 속으로 우는 사람은 너무나 많다. 택이와의 대화 속에서 다시 한 번 엄마의 존재에 대해서 엄마를 잃는 아픔, 그리움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한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제일 보고 싶은 건 엄마다. 엄마가 매일 보고 싶은 택이! 응답하라 1988은 한국인의 정서에 더 깊이 빠져들게 하는 거 같다.


그래서 더 울고 웃고 할 수 있는 이야기, 드라마 속에 우리네 모습도 보이는 드라마가 될 거 같다.



블로그 이미지

푸르른 등대

스포츠, tv드라마 영화 예능 스타 뮤직비디오 케이팝 팝 힙합 사용후기 생활정보 신발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