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나도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내 드려야 할텐데  태어날 때 이미 친할아버지 친할머니는 내 곁에 계시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내게 할머니, 할아버지는 외가에만 존재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늘 말하는 친가, 외가의 기준이 내겐 별 의미가 없다. 내게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 분들 밖에 없으니까 나는 그저 그분들이 내게 유일한 할머니, 할아버지였다.


응답하라 1988... 할머니의 살냄새를 좋아하는 덕선이, 아빠의 엄마를 좋아하는 덕선이 학교에서 들려온 할머니의 부고소식에 눈물 콧물 다 쏟아가며 집으로 돌아가고 버스에 올라타 초상집에 내려왔으나 이게 당최 잔칫집인지? 초상집인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의 모습에 어리둥절하다. 내 어린시절 초상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화투판이 벌어지고 담배연기 자욱하고 시끌벅적한 잔칫집같은 초상집의 분위기 드라마와 같은 모습이 내 눈 앞에도 벌어지곤 했다.



덕선이는 아버지 그리고 고모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의 엄마인데 사랑했던 사람이 떠난 빈자리를 보고서도 어떻게 저렇게 아무 일 없는 듯 눈물 한방울 쏟지 않는 모습에 배신감 느꼈을 덕선이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모습이다.




성동일은 울지 않았다. 조문 온 모든 사람들을 살갑게 대하고 인사하고 안부 묻고 말그대로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덕선이의 눈엔 말이다. 그런데 미국으로 이민 간 형이 도착하지 않았고 아마도 마지막 날이었던 거 같다. 발인하는 날 아침 큰형이 도착해 동생의 이름을 부른다. 그제서야 성동일과 여자형제들은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 어른으로서 참았던 눈물, 엄마를 보내고 어느 누구에게도 눈물 보이지 않고 고이고이 마음 속에 접어놓은 슬픔이 터져나온 것이다. 진짜로 엄마의 손길을 느끼며 자란 형제들이 다 모이고 나서야 눈물샘이 터졌다. 엄마의 잔소리도 잘되라고 했던 사랑의 매도 엄마의 집밥도 모든 것을 보고 듣고 느끼며 살아온 형제들의 눈물인 것이다. 그들만 알 수 있고 흘릴 수 있는 엄마를 잃은 슬픔일 것이다.


나도 모르게 이 장면에서 울었다. 눈물이 나더라 아 부끄럽게 왜 우는거냐?하고 속으로 생각하지만 공감가는 대목이었던 거 같다. 그래 공감됐다

이미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낸 기억이 있기에 그 경험을 해 본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났을 거 같다. 


이 대목에서 덕선이는 이야기 한다. 어른들도 아프다고 세월의 무게 속에 다만 견디고 있을 뿐이라고, 그래 맞다. 어른이 된다는 건 견뎌내지 못할 일들을 견뎌내고 버텨내는 것이다.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는 슬픔 속에서도 속으로 울고 그 슬픔 중심에 마주한 사람들과 부둥켜 눈물 흘리며 또 견뎌낸다. 그리고 다시 살아간다.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 겉으로 웃고 있지만 속으로 우는 사람은 너무나 많다. 택이와의 대화 속에서 다시 한 번 엄마의 존재에 대해서 엄마를 잃는 아픔, 그리움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한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제일 보고 싶은 건 엄마다. 엄마가 매일 보고 싶은 택이! 응답하라 1988은 한국인의 정서에 더 깊이 빠져들게 하는 거 같다.


그래서 더 울고 웃고 할 수 있는 이야기, 드라마 속에 우리네 모습도 보이는 드라마가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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