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람에게 실망하지 않습니다" 이수인(지현우)과장이 8회 말미에 했던 대사다.


사람에게 실망하지 않는다는 건 어떤 의미였을까? 모든 사람들의 사정, 그들이 보이는 행동의 이면에 무언가 그럴만한 이유들을 갖고 있다는 걸 알고 있고 몰라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일까?


이수인은 누구보다 합리적인 사람이고 누구보다 가장 정직하고 옳은 방법으로 모든 일을 하려는 사람이다. 그래서 드라마제목과 같이 송곳처럼 불쑥 솟아있는 한국 사회에서는 불편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사람으로 그려져있다. 그냥 좋게 좋게 처리하면 될 거 같은데 조금만 대충해도 좋을 거 같은데란 말들이 주변 사람들의 입을 통해 귓가에 맴돌았을 인물, 그 모습이 제대로 투영된 인물이 이수인 과장이다.


사회적 약자로 푸르미 마트에서 쫓겨날 위기에 있는 사원들을 위해서 그들 편에 서고 얻을 것 하나 싸움 가장 앞자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 고독한 싸움을 펼치고 있다.


푸르미 마트 일동점 노조원들의 분열로 위기에 처한 상황, 사측의 불합리한 처사로 결국 월급이 반토막난 근로자들은 저마다의 어려움 때문에 감정적 싸움이 고조되고 이를 이겨낼 수 없었던 노조원들은 노조를 탈퇴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새로 부임한 과장은 노조원들의 감정을 뒤흔들고 용역깡패같은 모습으로 푸르미 마트 직원 흔들기 작전에 돌입했다. 


가장 앞장서 있는 자리, 모든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무게를 감당하기 힘든 이수인과장은 어떤 불이익이 와도 푸르미 직원들을 위해 굳은 일을 도맡는 사람이지만, 그도 어쩔 수 없는 가정이 있는 가장이다. 장인 장모님을 챙겨야 하고 가족을 돌보고 아내와 아이에게 사랑과 관심을 주어야 할 아빠인 것이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아빠가 된 가장은 아들의 역할, 사위의 역할, 남편의 역할, 자녀의 아빠역할등을 모두 해내야 한다. 그 부분을 한번도 다루지 않았던 건 다른 사람들의 삶과 다르지 않게 이수인도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견뎌내고 있음을 보여주려고 한 것 같다. 극에 달한 노조탄압의 끝에 본인이 지켜야 할 사람들을 온전히 지킬 수 없는 현실과 가장으로서 가정을 돌보지 못한 자신에게 실망하는 순간을 맞이한 것이다.



이수인은 어쩌면 정말 다른 사람에게 실망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늘 다른 사람의 힘겨움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 봐도 어쩔 수 없는 무기력한 자신을 마주했다. 오늘 이수인(지현우)은 자신에게 실망했고 그 실망감이 모두를 망칠꺼라는 생각에 하염없이 서러웠을 것이다.


이수인은 눈물 흘릴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그가 원하는 건 특별한 삶이 아니다. 집에서 편히 잠들고 가족과 함께 따뜻한 식사도 하고 아이에게 바다를 보여주고 아내와 함께 장도 보는 것, 누구나 누리는 일상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 서글픈 이수인(지현우)이었다.


모두를 대변하는 말이었다.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 노조원이든 비노조원이든 우리들 모두에게 누려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 아닌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엄청난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이 아닌 사람다운 삶을 원하는 것일 뿐이다.


멀리 왔지만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기다. 길을 잃어 방황하는 이들에게, 한국사회가 우리들이 돌아갈 집을 부수지 않도록 가족들이 마음 편히 일하고 그저 평범한 가정을 누리며 살 수 있도록 한국사회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푸르미 마트 직원들의 일터와 가정이 제자리를 찾기를 바란다. 


이수인 과장의 눈물이 멈추는 날이 속히 오기를 그도 기댈 만한 누군가가 있기를 바라본다. 



블로그 이미지

푸르른 등대

스포츠, tv드라마 영화 예능 스타 뮤직비디오 케이팝 팝 힙합 사용후기 생활정보 신발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