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엄마는 참 대단하다. 엄마도 세상에 태어나 처음 엄마의 삶을 살아갈텐데 어떻게 뭐든 잘 하는 만랩의 소유자가 되었는지 자식으로선 그 미지의 영역을 밟게 되는 날이 오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다. 나는 남자기에 엄마는 될 수 없지만 적어도 엄마의 마음에 대해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것은 공감일 것이다. 그래 난 엄마의 모습이 정말 커다랗게 와 닿았다.


오늘 보여준 응답하라 1988의 엄마는 참 다양했다. 시어머니, 친정어머니, 우리 엄마, 나이 든 엄마를 둔 딸인 엄마... 그 속에서 엄마가 안고 있는 상처와 책임감, 희생, 남몰래 울고 있던 엄마의 모습을 선명하게 마주한 하루였다. 


선우(고경표)의 엄마는 아들 하나, 막둥이 딸 하나를 둔 남편을 여읜 홀로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다. 그런 엄마에게 시어머니의 존재는 한국사회가 알려주는 환영받지 못하는 시어머니, 그 중에서도 최악의 조건을 갖춘 모습으로 드라마에 등장했다. 아들이 일찍 죽은 것이 선우엄마(김선영) 탓이라는 듯 나무라며 사사건건 트집이였다. 그 설움을 이기지 못하고 선우엄마는 다시 오시지 말란 말까지 했다. 얼마나 가슴 시린 말들을 하는지 보는 내가 화가 날 정도였다. 갖은 쓴소리를 하며 쥐어준 돈봉투도 다시 돌려주는 대목에선 그 돈으로 인해 다시금 돌아올 상처될 말들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 같았다. 진짜 시어머니는 가족이 될 순 없는 건가? 내 새끼들 옷 사 입히라는 시어머니의 말 속에 며느리는 제 3자라 칭하는 거 같아 정말 사람과 사람이 만나 가정을 이루고 모든 가족들 사이에 진정 끈끈한 가족애가 자리잡혀 있는 가정은 얼마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시어머니의 찬바람이 지나가고 친정어머니의 따스한 봄기운이 등장한다. 행여나 자식 부담스러울까 주스 한잔도 허겁지겁, 딸은 이미 알고 있는데 울엄마가 나 잘 사는지 보러 왔구나하는 든든함에 걱정끼쳐드리기 싫어 최고로 좋은 옷을 입고 아이목욕에 정환이네 냉장고도 습격하고 정봉이의 도움으로 연탄창고도 가득 채워넣는 오직 엄마를 안심시키려는 딸의 모습이 그려져 유독 큰 여운이 남았다.





부모는 자식입에 맛있는 거 넣어주는 거, 아프지 않은 거, 잘 살아가는 모습만 보고 싶어하실 거 알기에 그렇게 호들갑을 떨면서까지 친정엄마에겐 최고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게 다녀간 친정엄마의 편지를 뒤늦게 발견한 선우엄마(김선영), 딸을 위로하는 진심이 가득한 편지와 넉넉하진 않지만 엄마의 마음처럼 새까맣게 타들어간 지폐가 엄마의 마음을 대신하며 딸을 위로한다. 그리고 후반부에 엄마에게 전화를 하며 흐느끼는 선우엄마... 엄마에게 안겨 울던 어린아이의 때로 되돌아 간 듯 그렇게 전화기 너머 엄마의 품에 안겨 울며 그간 서러웠던 마음들을 내려 놓는다. 그도 엄마이기전에 딸이다. 엄마지만 자식인 것이다.


우리네 엄마들은 그렇게 마음 속으로 늘 울고 있다. 삶의 고된 무게, 가족이지만 남보다 못한 대우를 받기도 하는 고부간의 갈등속에 엄마는 치열하게 또 자식들을 키우며 돌보며 다 내어주려 안간힘을 쓰며 오늘도 산다. 그리고 그 힘겨움을 위로하는 또 다른 엄마가 있음에 오늘도 내일도 우리들의 엄마는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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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나도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내 드려야 할텐데  태어날 때 이미 친할아버지 친할머니는 내 곁에 계시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내게 할머니, 할아버지는 외가에만 존재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늘 말하는 친가, 외가의 기준이 내겐 별 의미가 없다. 내게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 분들 밖에 없으니까 나는 그저 그분들이 내게 유일한 할머니, 할아버지였다.


응답하라 1988... 할머니의 살냄새를 좋아하는 덕선이, 아빠의 엄마를 좋아하는 덕선이 학교에서 들려온 할머니의 부고소식에 눈물 콧물 다 쏟아가며 집으로 돌아가고 버스에 올라타 초상집에 내려왔으나 이게 당최 잔칫집인지? 초상집인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의 모습에 어리둥절하다. 내 어린시절 초상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화투판이 벌어지고 담배연기 자욱하고 시끌벅적한 잔칫집같은 초상집의 분위기 드라마와 같은 모습이 내 눈 앞에도 벌어지곤 했다.



덕선이는 아버지 그리고 고모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의 엄마인데 사랑했던 사람이 떠난 빈자리를 보고서도 어떻게 저렇게 아무 일 없는 듯 눈물 한방울 쏟지 않는 모습에 배신감 느꼈을 덕선이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모습이다.




성동일은 울지 않았다. 조문 온 모든 사람들을 살갑게 대하고 인사하고 안부 묻고 말그대로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덕선이의 눈엔 말이다. 그런데 미국으로 이민 간 형이 도착하지 않았고 아마도 마지막 날이었던 거 같다. 발인하는 날 아침 큰형이 도착해 동생의 이름을 부른다. 그제서야 성동일과 여자형제들은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 어른으로서 참았던 눈물, 엄마를 보내고 어느 누구에게도 눈물 보이지 않고 고이고이 마음 속에 접어놓은 슬픔이 터져나온 것이다. 진짜로 엄마의 손길을 느끼며 자란 형제들이 다 모이고 나서야 눈물샘이 터졌다. 엄마의 잔소리도 잘되라고 했던 사랑의 매도 엄마의 집밥도 모든 것을 보고 듣고 느끼며 살아온 형제들의 눈물인 것이다. 그들만 알 수 있고 흘릴 수 있는 엄마를 잃은 슬픔일 것이다.


나도 모르게 이 장면에서 울었다. 눈물이 나더라 아 부끄럽게 왜 우는거냐?하고 속으로 생각하지만 공감가는 대목이었던 거 같다. 그래 공감됐다

이미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낸 기억이 있기에 그 경험을 해 본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났을 거 같다. 


이 대목에서 덕선이는 이야기 한다. 어른들도 아프다고 세월의 무게 속에 다만 견디고 있을 뿐이라고, 그래 맞다. 어른이 된다는 건 견뎌내지 못할 일들을 견뎌내고 버텨내는 것이다.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는 슬픔 속에서도 속으로 울고 그 슬픔 중심에 마주한 사람들과 부둥켜 눈물 흘리며 또 견뎌낸다. 그리고 다시 살아간다.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 겉으로 웃고 있지만 속으로 우는 사람은 너무나 많다. 택이와의 대화 속에서 다시 한 번 엄마의 존재에 대해서 엄마를 잃는 아픔, 그리움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한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제일 보고 싶은 건 엄마다. 엄마가 매일 보고 싶은 택이! 응답하라 1988은 한국인의 정서에 더 깊이 빠져들게 하는 거 같다.


그래서 더 울고 웃고 할 수 있는 이야기, 드라마 속에 우리네 모습도 보이는 드라마가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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