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은 정말 얄미울 정도로 사람 마음을 뒤흔든다. 왜 이리도 가만두지 않는지 그 때 그 시절의 추억들을 다시금 깨어나게 하고 그 순간순간마다 겪었던 감정들을 일깨워 웃음짓게도 눈물짓게도 만든다.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는 이런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적어도 그 시대를 살고 그 시절을 보낸 분들은 복잡미묘한 감정,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어떻게 살아왔고 지금 또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아 이 드라마를 볼 때마다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생각들이 내 안에서 넘쳐난다.


그래서 정말 좋으면서도 때론 너무 걱정되기도 하고 하지만 크게 위로받으면서 열심히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다. 8화에서는 따뜻한 말 한 마디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각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그 속에선 우리들이 한 번 쯤은 겪었을만한 일들이 잘 스며들어 있어 그냥 내가 보내 시절이라 생각해도 될 정도로 더 깊이 빠져 들어 본 편이었다.


혜리가 돈 대지 않은 3만원에 대해 의심받았을 땐 나 어린 시절에 엄마가 5천원 없어졌다고 의심하며 추궁하던 순간이 기억나 나도 혜리처럼 억울했는데 울진 않았지만, 아직도 기억이 날만큼 말 한 마디가 가지고 있는 힘이 얼마나 무서운가?라고 생각되기도 하고 결국 5백원이라는 돈으로 엄마와 협상을 끝내고 위자료 지급을 통해 그 날의 울쩍함은 쉽게 벗어던졌던 것 같다.



늘 터프한 보라 하지만 그녀의 따뜻함을 유일하게 아는 선우, 왜 보라를 좋아하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소개됐다. 그리고 다른 상황이지만 절대로 눈물 한방울 흘릴거 같지 않은 보라가 남자친구의 막말을 듣고 흐느끼는 장면에선 눈물이 빗물처럼 흘러내림을 그렇게 아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선우가 아버지를 잃고 눈물 흘리던 장례식장에서 보라가 선우를 안고 위로한 것처럼, 남자친구도 잃고 가장 친한 친구도 잃고 빗 속에서 아파하는 보라에게 더는 아프지 않게 위로의 우산을 씌워주는 선우였다. 보라에게 선우가 있었고, 선우에게도 보라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가장 마음이 시릴 때 온기를 느낄 수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거, 따스함을 전해 준 그 사람은 그 순간은 평생 잊혀지지 않는다.


○ 노란머리 소녀

노을이의 여자친구는 노는 언니의 전형적인 모습, 머리도 노오랗다. 3만원의 행방은 노을이 여자친구에게 협박받은 노을이가 갖다바쳤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건 아니었고 우리 자칭 왕조현, 장만옥, 이미연 삼인조와 노는 언니들의 패싸움을 끝내고 파출소로 끌려온 각각의 대표 언니들! 가족들의 등장 속에 내 편이 없는 노란머리 소녀는 엄마, 아빠, 아빠친구들의 연이은 공격을 받는다. 하지만 노란머리 소녀의 언니를 통해 가정사를 알게 되고 본인들이 내뱉은 말들이 이 어린친구에게 얼마나 상처가 될지 자기들의 말 한 마디가 얼마나 큰 상처를 키울 수 있는지 보여준다.


 

늦은 저녁시간 뱃 속에서 꼬르륵 요동치던 그 때 노을이 집으로의 초대, 늘 라면만 먹던 두 자매에게 화려하진 않지만 엄마가 차려주는 집밥은 말 없이 위로를 건넨다. 그리고 한창 염색에 관심받던 덕선이와 대화를 나누던 중, 보라빛 아버지 성동일의 등장, 부모님이 물려 주신 예쁜 머리를 왜 그 모냥으로 물들었냐고 다그치는 아버지에게 너무도 얌전하게 대답하는 노란머리소녀를 보며 언니는 놀란다. 느꼈졌다. 나에게 쓴소리를 잔소리를 해 주는 그 말도 듣고 싶은 때가 있다고... 자주 듣고 싶다고 우리 아빠 엄마가 있었으면 그랬을텐데, 아마도 그래서 더 엇나가고 반항했음을 나쁜 아이가 아니라 관심받고 싶은 소녀일 뿐이었다.



○ 누구보다 따뜻한 우리 형 정봉이

8화 예고편을 보며 많은 사람들의 걱정거리가 됐던 정봉이의 입원, 응답하라 시리즈 특유의 가족들의 아픈 상처들이 부각 돼 정봉이가 죽는 건 아닌가하는 걱정이 가득한 밤이었다. 다행히도 아주 손쉬운 배터리 교체 수술, 고작 1시간의 간단한 수술이라는 말들이 실패할 확률이 딱 3%밖에 안된다는 수없이 정봉이를 괴롭히는 말들... 정봉이는 불안한 마음이 떠나질 않는데 가족들은 이전과는 다르게 남의 일처럼 너무도 매정하게 보였다. 



우리들은 그랬을지도 모른다. 내가 겪는 아픔이 아니기에 내가 아닌 그가 짊어지고 있는 아픔과 두려움의 무게를 느끼지 못하고 그저 힘내라고 걱정말라고 말한다. 그가 듣고 싶은 건 아무렇지 않은 위로가 아니라 진심어린 표정 따스한 말 한마디로 용기를 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많이 걱정돼? 나 같아도 힘들 거 같다는 그를 이해하려는 말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봉이도 모르고 있던 것, 엄마는 강한 사람이다 그렇지만 엄마라서 강해질 수 있었던 것이지 한 없이 아들걱정으로 남몰래 눈물 흘리는 엄마를 아무도 몰랐다.


정봉이의 불안함과는 다르게 수술은 안전하게 끝났고 의식이 회복된 후 정환에게 건넨 "코피는 괜찮아?"란 말은 짧지만 이 날 가장 따뜻한 말 한마디였다고 생각한다. 정봉이가 보여주는 인간미, 무미건조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오늘날의 우리 사회에게 괜찮냐고 되묻듯이 서로에게 보여지는 아픔들을 한 번 쯤은 따뜻하게 안아주고 위로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응답하라 1988이었다.



사실 가족들도 수술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자기암시처럼 같은 고민에 빠지지 않으려고 한 건 아닐까? 정봉이를 챙겨야 하는데 정봉이가 더 큰 걱정할까봐 그랬을 거다. 수술이 끝나고 의식이 돌아올 때 눈물짓던 가족을 보면 분명하다. 우리들도 그렇다면 조금은 나을 거 같다. 빈말이 아니라 진짜 본심은 걱정하고 있다고 누구보다 더 서로를 아끼고 있다고 숨기지만 말고 말해주어도 된다.


지금까지 무심코 했던 말들은 접어두고 이제는 조금 쑥쓰러워도 부쩍 추워지는 이 맘때 더 늦기 전에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면 어떨까 합니다. 그 말 한마디의 힘이 이 겨울을 조금은 더 따뜻하게 할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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