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그널이 주는 신호에 응답하라


시그널은 극이 주는 재미도 재미지만 늘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다. 과거와 현재는 그리 멀지 않은 간극 속에 서로 상호작용을 하고 있고 미제사건 처리전담반이라는 조직은 우리가 모른채 하고 넘어가버린 일들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과거의 아픔이 현재도 병들게 만들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사건의 소재들 또한 어디선가 본 듯한 분명 실화사건들을 모토로 대본을 쓴 것 같고 그저 소재의 차용을 넘어서 각 사건이 나타내는 사회상과 그 속에 자리잡고 있는 악한 뿌리들을 뽑아내야 하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도 조명해주고 있다.



시그널의 또 다른 장점이라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모습을 화면으로 표현하는 게 아주 단순한 것은 아니다. 그 세월의 질감을 분석하진 않아도 시청자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그 시대의 질감이 색으로 잘 표현되고 있다는 것 그래서 과거 속에 머물렀다 다시금 지금의 시간으로 되돌아오는 걸 머리로 인식하기 보다 화면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잘 만든 드라마라고 평가하기엔 너무 박한 점수라고 생각된다. 영화보다 나은 드라마라고 이야기해도 너무 과한 칭찬이 아닐 정도로 좋은 질감의 영상미다.






시그널 9회에서 내용을 압축해서 느낀점을 이야기한다면 범인은 강아지를 미끼로 범행을 저지른다. 절대적인 약자인 존재를 이용해 범죄가 행해지고 선한 마음의 행동을 하는 이들은 피해자가 되는 상황을 보면서 우리 또한 이런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 약자를 돌아보다가 또 다른 피해자가 될 수 도 있는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너무 멀리 온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난 그런 생각을 해 봤다. 진짜 범죄에 노출되었을 때 김혜수가 범인에게 묶이고 검은 비닐봉지가 씌워진채 간신히 탈출하며 극도로 불안하고 긴장된 죽음의 문턱에 선 사람의 모습을 표현한 걸 보면서 저 모습이 내 모습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상상해 보았다. 그만큼 김혜수가 걸어온 연기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 감탄하는 장면이었다.



시그널은 부정부패를 숨기고 권력에 굴복하는 경찰과 사명감 넘치는 이제한 형사의 정의로움, 하지만 옳은 일을 하는 자가 살아남기 힘든 대한민국의 현실! 그리고 정의가 죽어져도 덮으면 그만이고 너무나 쉽게 잊혀지는 우리의 자화상을 그려내고 싶은 건 아닌지?



좋은 결과물은 좋은 길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것이 티비에서 하는 드라마라일지라도 한 사람의 생각을 전환시키고 옳은 방향을 제시하며 어둠을 몰아내는 빛을 내는 값진 역할을 할 수 도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수없이 들어왔지만 우리의 모습이 역사를 너무 소홀히 하며 내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을 소리소문없이 잊혀져가게 만드는 원인이 우리의 미온적인 반응 때문은 아닌지?



시그널이 주는 신호에 저마다 다른 반응을 보이겠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이 더 옳은 방향으로 변해가길 바라는 마음, 너무 쉽게 잊혀진 사건사고들 그 속에 방치되었던 아픔, 용서받질 못한 잘못에 대한 응당한 처벌, 사회의 여러 단면들을 생각해 본다.



너무 살기 힘든 현재의 세상이 우리가 반응하지 못했던 과거로 인한 현재의 고통은 아닐까? 시그널 속에서 난 그런 신호를 느낀다.


이미지 출처 - 시그널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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