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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vs 이란 슈틸리케의 이유같지 않은 이유

푸르른 등대 2016. 10. 12. 14:44

한국 vs 이란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 최고의 빅경기, 모두가 엄청난 혈전을 기대했다. 무조건 박 터지게 싸우는 걸 기대했다기보다 적어도 1위를 두고 싸우는 고퀄리티 게임을 기대했다는 것이다. 그 기대는 이 경기 안 보고 잔 사람이 승자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허무하고 맥 빠지는 경기를 치룬 대한민국 대표팀이었다.


개인적으로 평하자면 감독의 선발선수 선택도 좋지 않았고 김신욱의 선발을 내심 기대했다. 김신욱의 제공권을 많이 이야기하지만 그가 전북에서 보여주는 연계 플레이는 제공권만이 아닌 발로 센스있게 내어주는 플레이가 더 많다. 일명 밭밑이 좋은 선수가 김신욱이라 손흥민과 꿍짝이 더 맞는 게 김신욱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수비자원부터 정리가 필요했다. 장현수와 오재석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만든 장본인이 슈틸리케다. 제 위치를 잡지 못한 선수가 제 몫을 못하는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표이기에 멀티능력을 기대했다면 그건 오산... 현재 대표팀 선수 중에 제 포지션이 아닌 자원이 아닌 다른 곳으로 옮겼을 때 제 기량을 발휘할만큼 뛰어나진 않다. 무조건 선수를 비판하는 게 아니라 적어도 슈틸리케의 전술에 녹아들만큼 오랫동안 이런 식으로 뛰지도 않았다.


결국 한국 vs 이란의 경기는 졸전 끝에 마무리됐고 경기를 본 모든 사람이 알듯 유효슈팅 하나 없는 무기력한 경기였다. 42년간 승리하지 못한 테헤란의 아픈 그림자는 더 짙어졌다. 1대0의 스코어가 다행일정도로 위험한 상황은 많았고 그 때마다 수비의 탄탄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2002년 월드컵 이후로 안정된 수비수가 나타나지 않은 아직도 멀고 먼 세대교체의 아쉬움이 들었다.


경기가 끝나고 모든 사람들은 최악의 경기라는 평을 내놓았다. 그럴만하다 왜냐하면 그만큼 모두가 치킨 장전하고 열심히 응원할 준비가 되었는데 큰 목소리 한 번 내보지 못하고 경기가 끝났기 때문에 모두가 열대야의 밤처럼 없던 짜증이 밀려왔을지도 모를 밤이었다.


졌기 때문에 실망했고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한 대표팀이 맘에 들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더 실망스런 상황은 슈틸리케의 말이었다. 



★ 슈틸리케의 말 말 말

"이런 식이면 우리는 이란에 가면 안 될 것 같다"


"이곳에서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는 것은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유소년 단계부터 이뤄져야 한다"

"피지컬 차이인지 또다른 문제가 있는지 나 역시 궁금하다"


"슈팅과 크로스, 패스 모두 좋지 못했다"

"카타르의 세바스티안 소리아와 같은 공격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갓틸리케란 애칭이 붙을 정도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감독이 패배를 당하고 내뱉은 말이라 실망이 더 크다. 슈감독의 말에 손흥민이나 기성용도 실망스런 표현을 하기도 했다. 전 유럽의 가장 뜨거운 조명을 받고 있는 손흥민을 두고 카타르 선수가 탐나는지 황당할 뿐이다.


적어도 패장의 덕목 중 하나는 선수를 보호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팀사기가 꺾이지 않고 팀도 하나가 될 수 있다. 당연히  멀리 볼 줄 아는 리더라면 그렇게 해야한다고 생각된다. 적어도 슈틸리케가 카타르 경기 후 비판여론에 이란에 가면 안 될 것 같다는 말들을 보면 한껏 지지받던 여론이 싸늘해짐에 맘이 상했는지 비뚤어진 중2병 아이처럼 이상해 보인다.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있는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감독의 멘탈부터 정리하고 팀을 이끌었음 좋겠다. 사람들은 승리에 도취돼 이제껏 슈틸리케를 높이 평가한 건 아닌지란 의구심이 생겼다. 적어도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 발로 뛴 그를 좋아했다. 하지만 성적이 좋지 않을 때의 그는 패배를 당한 그는 호감형이 아닌 모습이다. 


한국축구는 실력보다 더 많은 기대를 받는 종목 중 하나다. 모든 축구강국들이 겪는 고충들을 우리 대표팀 또한 받고 있다. 억울할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애정이 많다. 


기성용의 인터뷰 기사를 봤는데 주장의 품격을 나타나며 먼 여정을 그리고 다시금 마음 잡아 뛰려고 하는 모습에 기대가 된다. 기성용과 슈틸리케의 대화가 이뤄졌다면 조금 더 나은 대표팀을 기대해도 되려나?


충격적인 패배라기 보단 충격적인 경기 내용이었다. 앞으로 절망적인 상황만 있는 건 아니다. 분명히 반등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등의 선봉장은 감독임을 잊지 말자 패배의 이유는 본인이 먼저 알고 책임져야 한다. 슈틸리케가 갓틸리케로 다시 불릴지 지켜보자